뭐, 애 하나 생긴다고 크게 달라지겠어?

- 통계로 보는 임신·출산·양육
영화 ‘82년생 김지영’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건넨 한 마디.
“뭐 애 하나 생긴다고 크게 달라지겠어?”
과연 그럴까. 물론 아이를 낳으면 행복하다. 만 9세 이하의 자녀를 둔 응답자 가운데 91.6%는 ‘행복하다’고 답했다(여성가족부).

행복 위해 감수해야 하는 어떤 것들

하지만 행복은 무언가를 감수해야 하는 법. 만 6세 미만 영유아 자녀가 한 명 있을 때 생활비는 평균 293만 원이 든다.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인 가구 평균 소비지출액은 220만 원. 부부만 살던 가구에서 아이 한 명이 태어나면 생활비로 한 달에 73만 원을 더 써야 한다. 아이가 태어나면 생활비가 3분의 1 정도(33.2%) 더 늘어난다(아이가 태어나면 영화나 여행 등의 경비가 확연하게 줄어드는 비용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면 실제 양육비는 74만7000원으로 나타난다).
월 평균 생활비 비교
양육비용의 구성
¹ 육아정책연구소 ‘영유아 가구의 소비실태조사 및 양육비용 연구’(2018.12), 통계청 ‘2018 가계동향조’(지출부문)
이건 양육비 평균이다. 양육비는 소득이 올라가면 함께 올라간다는 특징이 있다.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자녀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구조다. 미리 금액을 정해놓고 양육비를 쓰는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만큼 자녀에게 투자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.
가족소득 구간별 총 양육비용
² 육아정책연구소 ‘영유아 가구의 소비실태조사 및 양육비용 연구’(2018.12)
맞벌이 여부로 따지면, 맞벌이 부부의 양육비가 한 달 평균 125만 원으로 외벌이 부부(107만 원)보다 18만 원을 더 쓴다. 제일 크게 차이가 나는 건 교육/보육비. 맞벌이 부부가 28만 원, 외벌이 부부 18만 원으로 55.6%(10만 원)를 더 쓴다.
외벌이 vs 맞벌이 부부의 월간 양육비
(단위: 만 원)
구분 (만 원)(1)
외벌이 부부
(2)
맞벌이 부부
(2) - (1)
아이 1명 생길 경우
교육/보육비 17.727.5+9.8
식비 13.514.2+0.7
여가 및 문화생활비 10.112.9+2.8
보험 5.16.0+0.9
피복비 5.15.5+0.4
개인유지비 3.13.3+0.2
보건/의료비 2.72.8+0.1
기기/집기 1.52.1+0.6
교통비 0.20.20.0
통신비 0.00.00.0
³ 육아정책연구소 ‘영유아 가구의 소비실태조사 및 양육비용 연구’(2018.12)

시간빈곤자가 되는 부부엄마

아이가 생기면 엄마들의 시간 사용도 달라진다. 영유아 자녀가 없는 여성은 ‘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’에 평균 1시간 7분을 쓰지만 아이가 있으면 3시간 28분을 쏟아 붓는다. 아이가 있으면 아이에게 쓰는 시간이 3배 이상으로 늘어난다. 대신 ‘교제 및 여가 활동’이 4시간 39분에서 2시간 59분으로 2시간 넘게 줄어든다.
영유아 자녀 유무에 따른 여성의 하루 시간 활용
(단위: 분)
구분 (분)(1)
영유아 자녀
없음
(2)
영유아 자녀
있음
(2) - (1)
아이 1명 생길 경우
잠, 식사, 씻기 668662-26
357344-13
교제 및 여가활동 279179-100
가정관리 197201+4
학습 155148-7
참여 및 봉사활동 119134+15
이동 9693-3
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67208+141
기타 2623-3
¹ 통계청 ‘생활시간조사’ 2014년(통계청에서 5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조사로, 가장 최신 통계임)
이는 씀씀이의 변화로 나타난다. 자녀를 낳고 지출이 감소한 항목으로 제일 많이 꼽은 건 ‘여가 및 문화 생활비’(13.7%)와 ‘개인 유지비’(13%)였다. 거꾸로 소득이 늘어났을 때 우선 쓰고 싶은 항목은 ‘교육/보육비’(26.4%)가 가장 많았다.
다시 말해 부모가 자신에게 쓸 시간과 돈을 자식에게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. 아이를 낳아 초등학교에 보낼 때까지는 평균 5378만 원의 돈과 엄마 시간 총 5147시간이 필요하다.
² 통계청 ‘생활시간조사’ 2014년(통계청에서 5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조사로, 가장 최신 통계임)

“집 한 채 값”이라는 무거운 이름

물론 초등학교에 보내면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생긴다. 바로 교육비. 기혼 여성(49세 이하) 1만1205명에게 자녀에 대한 부양을 언제까지 책임지는 것이 적당한지 물은 결과 가장 많은 59.2%가 ‘대학 졸업할 때까지’라고 대답했다.
적당하다고 생각하는
자녀 양육 책임 범위
¹ 한국보건사회연구원 ‘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·복지 실태 조사’
그렇다면 학생 자녀를 키우는 데는 얼마 들까. 우선 자녀가 없는 2인 가구는 생활비로 한달에 평균 176만 원을 쓴다. 그런데 초등학생 자녀가 1명 있을 때는 이 비용이 297만 원으로 늘어난다.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72개월 동안 총 8712만 원이 필요하다.
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비농촌지역에 거주하는 5000 가구를 조사해 펴내는 ‘한국노동패널조사’ 중 가장 최신(2017년)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.
비슷한 맥락에서 중학생 자녀가 한 명 있을 때 평균 생활비는 323만 원으로 초등학생 때보다 26만 원 늘어난다. 전체 2인 가구와 비교하면 147만 원이 증가하는 것. 중학교 36개월 간 5292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.
고등학생 자녀가 한 명 있을 때 월 평균 생활비는 364만 원으로 중학생 때보다 41만 원이 더 늘어난다. 역시 36개월 기준으로 고교 졸업 비용은 6768만 원으로 계산할 수 있다.
대학생 자녀가 1명일 때는 356만 원으로 고교생 자녀가 있을 때보다는 생활비가 줄어든다. 그래도 4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8640만 원이 나온다.
초중고별 비용 그래프
²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(2017년) 분석

Re: 애 하나 생긴다고 크게 달라지겠어?

이상을 종합하면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교육비와 추가 생활비를 합쳐 평균 총 3억4790만 원이 필요하다.
물론 이건 전국 평균이다. 서울만 따지면 사교육비 부담만 해도 2400만 원 가까이 더 든다.
전국적으로는 교육비로 학생 1인당 △초등학교 35만 원 △중학교 41만 원 △고등학생 49만 원을 쓴다고 응답했는데, 서울 지역만 따로 보면 △초등학교 48만 원 △중학교 51만 원 △고등학교 70만 원으로 비용이 늘어난다.
전국 vs 서울 월 평균 사교육비
(단위: 원)
¹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(2017년) 분석
여기서 끝이 아니다. 서울은 집값이 더 비싸다. 특히 ‘학군’이 좋은 지역은 더욱 그렇다.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집값까지 계산하면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아파트 한 채 값이 들어간다는 말이 엄살만은 아니다.
물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꼭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.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펴낸 ‘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·복지 실태 조사’에 따르면 ‘자녀가 없어도 된다’고 응답한 15~49세 기혼 여성 1986명 중 그 이유로 ‘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’를 꼽은 비율(25.3%)이 제일 높았다. 같은 조사에서 미혼남녀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도 역시 제일 많은 28.3%가 같은 대답을 선택했다.
다시 질문을 던져본다.

애 하나 생긴다고 크게 달라지겠어?
총괄 기획
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
기획 및 취재
황규인 디지털뉴스팀 기자,
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,
김형민 경제부 기자
(이상 동아일보)
빅데이터 분석
웹페이지 기획/구현
후원
한국언론진흥재단